오늘 어떤 매체로 뉴스를 보셨나요? 신문? TV? 아마도 전통매체로 뉴스를 보는 사람보다 아닌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혹은 모바일로 뉴스를 봤을겁니다. 포털로 혹은 SNS에서 팔로우한 뉴스 페이지에서 오늘의 뉴스를 접하셨을겁니다. 종류도 굉장히 다양할겁니다. 언론사로 등록된 매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니까요. 기성 언론에 인터넷 매체, 미디어 스타트업까지 다루는 뉴스의 장르와 타겟 독자가 세분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모두 같은 뉴스를 접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뉴스가 세상을 반영한다고 본다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뉴스를 무엇을 통해 봤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뉴스를 보는 수용자는 어떤 모습일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볼까요? 신문이 처음 나왔을 때엔 누가 뉴스를 보고 있었을까요. 일단 글을 읽어야 하고 사회 문제에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신문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니 어느정도의 경제력과 지식, 사회적 위치 모두를 가진 지식인이었을겁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성인 남성,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성인 남성이 대다수였을겁니다. 일종의 고착된 형태의 뉴스 수용자는 편견이라기보단 구조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드라마에는 흔히 아침 식사를 차리는 엄마와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며 안경을 고쳐쓰는 아빠의 모습이 나오곤 했죠. 이것의 언론 수용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매체의 접근 장벽이 없어지고 매체를 만들어내는 생산장벽도 없어진 지금은 누가 어떻게 어떤 뉴스를 보고 있을까요. 과거 뉴스 수용자의 모습이 당대의 현실을 반영했듯이 지금 뉴스를 보는 수용자의 모습을 아는 것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국언론재단에선 매해 수용자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1984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격년으로 진행하다가 최근엔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이용해 어떤 뉴스를 보는지 조사합니다.
올해 수용자 조사 결과를 한 번 살펴볼까요? 2016년은 그야말로 '모바일'의 시대입니다. 모바일이 뉴스 이용의 보편적 수단이 된겁니다. 조사한 사람들 중 70%이상이 모바일로 뉴스를 이용한다고 밝혔습니다. 2040세대에서는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바일 뉴스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나죠? 모바일 뉴스는 계속해서 상승세였는데 이번에 70%를 넘게 된 원인은 중장년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50대의 뉴스 이용률이 24년에 비해 20% 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60대 이상의 모바일 뉴스 이용률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모바일 인터넷 기반으로 뉴스를 많이 이용한다는 일이 해당 뉴스를 신뢰한다는 말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각 매체에 대한 뉴스 신뢰도를 물어봤을 때 모바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SNS, 메시징 서비스(카카오 등), 인터넷 신문(기성언론의 온라인 판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만 뉴스를 만드는 매체)의 경우 신뢰도가 전체 언론사 평균 보다 낮았습니다. 지상파 텔레비전과도 큰 격차가 났습니다. 많이 접하는 매체의 뉴스가 정작 신뢰할 수 없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편의에 따라 소비하지만 스스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 그렇기에 정확한 뉴스의 필요성은 계속 대두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뉴스'가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 인가입니다. 과거 전통매체에서 독점적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땐 뉴스를 정의하는게 단순했습니다. 언론사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곧 뉴스였습니다. 뉴스로 만들어진 것이 뉴스였죠. 중요하고, 시의성이 있는 사건들이 뉴스로 선별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아침에 배달되는 신문은 더 이상 가장 빠른 뉴스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흥미있어 하는 뉴스들이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도 아니죠. 2년전, 3년 전 이야기가 다시 유통돼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정치, 사회가 아니라 감동적인 이야기나 재미있는 사건도 사람들 사이에서 뉴스로 소비됩니다. 더이상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일어났는지가 뉴스를 정의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쩌면 뉴스로 읽히는 것이 뉴스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포털에 쏟아지는 기사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다음에 쏟아지는 기사만 3만 건에 달합니다. 이중 포털 메인에 걸리는 기사는 300건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걸 위해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취재하고 포털의 담당자들은 기사를 전부, 전수조사해 스크리닝해 선별합니다. 포털로만 뉴스를 접하는 것도 아닙니다. 점점 소셜네트워크로 뉴스 소비가 이동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셜네트워크엔 이미 언론사 페이지 말고도 각종 미디어들이 들어와있는 상태입니다. 전통 언론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뉴스는 분명 가치가 있지만, 수용자의 뉴스 소비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민해야할 지점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기사를 사람들이 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죠.
미국의 언론사 쿼츠의 스타일 가이드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시간은 인터넷의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우리는 타사의 뉴스 사이트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 게임, 영화, 음악, 소셜네트워크 등과 경쟁한다" 모바일로, SNS로 뉴스를 접하는 지금 언론사의 경쟁상대는 또 다른 언론사나 미디어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해당 기계로 소비하게 되는 모든 것이 경쟁상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것이 경쟁상대라는 말이 경쟁상대가 하고 있는 모든 걸 하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이미 기성 언론사는 커뮤니티, 블로그 등 포털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전제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정보와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제시해야할 것인지로 고민을 바꿔야할 때입니다. 여기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주고, 차별화된 지점을 제시할 것인가. 변화하는 언론 수용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바뀌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