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오전 2시 37분 경, 남은 표 수에 상관 없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출처: SBS 화면 갈무리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고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대한민국 역사 상 유래없는 사건들이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게이트와 그 사태를 관통하는 수많은 사실들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들었다.
이 기획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있기까지 벌어졌던 사건을 언론의 보도 행태와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17년 5월 9일 치뤄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의 언론, 당선 후 100일간의 언론, 그리고 앞으로의 언론 방향 크게 세 국면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 앞서, 본 글에서는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게이트 보도 과정에서 벌어진 언론과 권력의 다툼을 세 국면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국면 1. 청와대 vs. 조선일보
첫 번째 국면은 2016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벌어진 청와대와 조선일보(TV조선)의 전쟁이다.
출처: TV조선, 2016년 7월 26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7월 26일, TV조선 발 특종이 나온다.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에서 5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았는데,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설립 모금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에 대한 보도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미르 재단 납입금 및 차은택, 독대 보고 등 이후 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들이 쏟아졌다. 후속 보도로 8월 2일 K스포츠재단을 다루었으며, 최순실에 대한 보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만있지 않았다.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에 대해, 향응 제공과 우호적 사설 보답 등을 자행하는 부패 언론인과 조직으로 몰아가면서 전세는 역전된다.
출처: YTN 뉴스 갈무리
특히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조준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틀어쥔 TV조선의 공격에, 청와대의 반격은 우병우가 장악했다고 불리는 검찰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하던 검찰이 8월 22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를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유력 일간지 고위 간부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연임 로비에 도움을 주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유력 일간지는 조선일보였으며, 부패언론의 굴레에 씌인 그들은 꼬리를 내렸다. 다른 언론들에 의해서도 관련 보도를 찾기 힘들었다.
국면 2. 최순실 vs 한겨레
두 번째 국면은 한겨레의 특별취재팀에 의해 촉발되었다. 2016년 9월 20일, K스포츠 이사장 임명이 최순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출처: 한겨레, 2016년 9월 20일 1면 갈무리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최순실에 의해 정동춘 이사장이 고용되었으며, '동네 주민'이었던 스포츠마사지센터장을 이사장에 앉혔다는 사실들도 보도를 통해 다루어졌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청와대 및 보수세력은 반격에 나선다. 9월에서 10월 사이 한겨레의 단독 보도가 이어지면서, 갑작스레 송민순 회고록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에 의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종북 공세가 심화되면서, 언론은 자연스럽게 송민순 회고록 진위 여부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송민순 회고록을 '파장'이라는 단어를 곁들이며 주목했다. (출처: YTN 보도 갈무리)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사실 관계가 하나씩 밝혀지고 경향신문 및 JTBC, 그리고 지상파인 SBS까지 최순실 관련 보도에 함께 하면서, 청와대는 강력한 카드를 제시하여 국면 전환을 꾀한다.
국면 3. 박근혜 vs JTBC, 그리고 국민
출처: TV조선, 2016년 10월 24일 개헌 발표 갈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24일, 개헌이라는 카드를 내놓는다. 이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인 개헌을 발표했다. 개헌이라는 아젠다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파괴력이 높은 것이었음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에 대한 대응으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것이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개헌 뉴스로 주요 꼭지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JTBC는 같은 날 최순실 씨가 사용한 태블릿PC에 담긴 국정논단 증거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후에 손석희 사장에 따르면 개헌 발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그저 취재 결과를 보도할 시점이 공교롭게도 개헌 날고 같았다고 밝혔다.) 각종 연설문은 최순실의 검토 후 실제 발표로 이루어졌으며, 이미 나온 증거들로만 보아도 심각한 국기 문란의 상황이었다.
제2 국면에서 물꼬를 틔어 온 한겨레 역시 합세하여, 최순실의 대통령 보고 자료 검토 폭로 및 인사, 북한 문제 등을 폭넓게 관리했다는 사실을 보도를 통해 밝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25일 오후, 1차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개헌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출처: 한겨레 갈무리)
하지만 언론은 물이 빠지는 둑처럼 걷잡을 수 없이 관련 보도들을 쏟아냈다. TV조선은 10월 25일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의상실에 출입해 제작을 직접 지시하는 장면을 단독으로 내보냈으며, 행정관들이 최씨의 지시를 받는 정황도 함께 포착된다. 이로서 단순히 개헌에 대한 국면 전환이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삶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2016년 10월 26일, TV조선, 한겨레, JTBC를 위시한 다수의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놓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이 가속화된다.
이후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하야 및 퇴진 운동과 함께 탄핵 소추가 발의되었으며,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통해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 14일간의 임기가 끝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 세 국면에서 언론의 행태에 드러난 이유와 숨겨진 이유에 대해 살펴보면서, 언론과 권력의 각축장이 된 국면들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