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애플은 9월 키노트 행사로 아이폰 8과 X 및 애플TV, 애플워치 시리즈3을 발표했습니다.
애플의 오랜 팬인 필자를 비롯해 다시 한번 한국 언론이 '애플, 혁신은 없었다!'라는 보도를 하지는 않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을 정도인데요,
스티브 잡스의 부고 이후, 즉 2011년 9월 이후의 애플 키노트를 보면서 6년간 기다려왔던 이야기를 풀어놓고자 합니다.
애플, 혁신은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이걸 진짜 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필자는 아주 오랜 애플의 팬입니다. 비난 조로 불리는 요즘 말로 '앱등이'입니다.
저의 첫 노트북은 애플에서 최초로 선보인 알루미늄 유니바디 맥북이었으며, 제 첫 스마트폰은 당연히 아이폰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아이폰을 쓰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2007년 1월, 한 발표를 본 순간 제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습니다. 1월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Moscone Center라는,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하는 주옥같은 제품이 연이어 발표될 그곳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라는 물건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있던 애플은 당시 한국에는 아이팟으로 유명한 전자기기 회사이거나, 혹은 영상 및 음악 분야의 프로 이용자층에서 인기를 끌던 맥을 만드는 브랜드에 가까웠습니다.
그랬던 애플이, 휴대전화를 재발명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출처: Apple
그리고 정말로, 스마트폰을 넘어 폰 그자체를 재발명 해버렸습니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문을 연 시장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당시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 부서 책임자 Andy Rubin은 택시에서 애플의 아이폰 키노트를 지켜보다,
갓길에 택시를 세워 끝까지 본 후 자신이 개발하던 구글 스마트폰 계획이 완전히 실패할 것이라는 좌절감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당시 구글 팀에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형태를 따르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이폰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새로움을 보여주지만,
당시엔 도대체 어땠길래 아이폰이 이렇게 화제가 되었을까요?
애플은 크게 세 가지로 아이폰을 설명했습니다.
첫째, 거대한 터치스크린을 갖춘 아이팟
둘째, 혁신적인 휴대 전화
셋째, 획기적으로 개선된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이 세가지가 단 하나의 기기로 집약된 것, 그것이 바로 아이폰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책 한권을 쓸 만큼 혁신적인 이야기꺼리가 집약된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 부분 너머의 것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애플이 해낸 또 다른 혁신, 보다 정확하게는 스티브 잡스가 해낸 진정한 혁신은 바로 키노트의 '설득 전략'에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아이폰 X, 10주년 아이폰이 혁신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먼저 본 글에서는 최초의 아이폰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갔는지를 살핀 후,
이어지는 글에서 아이폰 X가 보여주었어야 할 키노트의 내용과 형식을 제 생각대로 '재발명' 해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설득 전략은 구획 짓기에서 시작됩니다.
최초의 아이폰을 소개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세 가지 익숙한 키워드를 들고 나옵니다.
먼저 음악을 감상하는 최고의 플레이어, 아이팟이 아이폰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음악을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아이폰에서 즐길 수 있으며,
그 경험은 아이팟에서 하던 것과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모습을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바로 음악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스크롤'하는 모습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간단하지만 명쾌한 동작과 설명 속에서 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합니다.
이는 새롭게 경험하게 될 기술의 시작과도 같은 사건이었는데요,
바로 컴퓨터에서 키보드로 입력하고 마우스로 클릭하는 동작을 넘어,
직접 손으로 (멀티)터치하는 보편적이면서 일반적인 기기가 유려한 동작과 함께 대중 앞에 소개된 것입니다.
맥의 마우스, 아이팟의 클릭휠, 그리고 아이폰의 멀티터치 입니다.
이전에도 터치 기술은 낯설지 않은 것이었지만, 감압식이라 불리는 압력을 감지해 터치하는 형태가 아닌 정전식이라는 전기 신호의 변화를 감지하여 터치를 감지하는 기술입니다. 2005년 논문 발표로 기술이 세상에 소개되고, 2006년 2월 TED를 통해 소개된 미래지향적 기술이었습니다. 이를 세상에 처음, 상용화된 제품으로 소개한 순간인 것입니다.
이 복잡한 최신 기술의 설명은 다 부차적인 것입니다.
단 한번의 스크롤로 이 기술이 가져올 즐거운 상상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이어지는 키노트에서 직접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에게 통화를 걸어 전화 기술이 얼마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고, 인터넷 검색을 유려하게 해내면서 기존의 폰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대비되게 드러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스타벅스 장난전화로 집약됩니다.
아이폰 지도에서 스타벅스를 검색하고, 터치해서 확인한 후, 전화를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받고, 사진을 찾아 이메일로 전송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설명한 후, 다시 전화가 끊기면 음악을 다시 듣는 시연을 유려하게 합니다.
이에 앞서 멀티테스킹을 강조하기 위해 지도 앱에서 주변 스타벅스를 검색하고, 이를 터치하여 번호를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연결합니다. 그리고는 라떼 4,000잔 테이크아웃 주문을 합니다. 이내 장난전화라 밝히고 전화를 끊죠.
1분 남짓 벌어진 이 장난 속에, 아이폰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모두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그리고 그 애플의 아이폰이 바꿀 모습을 보여주는 키노트를 선보였습니다.